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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수수수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9-1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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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떠난 지 3년이 지났다. ‘나 없는 키아프는 보기 싫다’며 미국으로 떠났던 2023년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제외하면, 귀국 후 2024년부터 이제 세 번째 관람객의 시선으로 ‘서울아트위크’를 바라보게 된다. 행사를 만들던 사람에서 관찰하는 사람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 3년은, 어쩌면 그 어떤 시기보다 한국 미술시장의 변화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서울아트위크 포스터 / 제공. 서울아트위크 그동안 내 포지션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아트페어 오거나이저’보다 ‘칼럼니스트’와 ‘전시기획자’라는 직함이 더 익숙하다. 여전히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는 아트페어지만, 그것은 더 이상 행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에 가깝다. 내가 그리고 있었던 청사진과 지금의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은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잘못된 방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안에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밖에서 바라보니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1년부터 이어졌던 미술시장 호황 속에서 국내에는 두배 가까이 아트페어가 늘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자리를 잡은 탄탄한 아트페어보다 매년 다음 해 개최가 불투명한 아트페어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시장이 거품처럼 부풀었던 속도만큼 경쟁력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개별 아트페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2022년 최고의 성과를 낸 이후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은 조금씩 다른 길을 걸었다. 프리즈 서울은 글로벌 브랜드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갤러리들의 참여를 유지하며 ‘한국에서 열리는 프리즈’라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반면 키아프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라는 역사성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해외 최상위 갤러리 상당수가 프리즈를 선택하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2023년 이후 해외 미술계에서는 프리즈 서울이 한국을 ‘재고를 소진하는 시장’ 정도로 바라본다는 비판도 조금씩 제기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세계적인 마스터피스를 대거 선보이며 아시아 컬렉터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블루칩 대표작의 비중이 줄고 이미 여러 시장을 거친 작품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파친코게임 . 물론 모든 갤러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초창기에 비해 다소 약해졌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올해 아시아에 포커싱을 했다고 발표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2022~2023년에 비해 해외갤러리의 빈자리가 많아졌고, 빈자리를 대부분 국내 갤러리로 채우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프리즈가 과연 아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올해 프리즈 서울 프로그램으로도 진행된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더 파인드(The Find)》 시리즈, 2023. (Photo: Lee Baxter) © Ryan Gander 그렇다고 서울아트위크 전체의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서울아트위크 기간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하나의 미술 축제로 만드는 움직임은 해마다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주요 국공사립 미술관들은 이 시기에 맞춰 굵직한 전시를 선보이며 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을지, 한남, 청담, 삼청나이트로 대표되는 외부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서울아트위크는 단순히 두 개의 아트페어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만드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성수영 기자가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프리즈조차 어느새 ‘비싼 키아프’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키아프 역시 프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 아트페어를 꿈꿨지만 현재의 참가 갤러리 구성을 보면 해외 갤러리가 조금 더 참여하는 화랑미술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변화의 노력은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를 아트페어 디렉터로 영입하며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 관람 경험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디자인만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 결국 아트페어의 본질은 어떤 갤러리가 어떤 작품을 가져오는가에 달려 있다. 참가 갤러리 리스트를 들여다볼수록 예전 같은 설렘이 줄어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다리게임추천 Kiaf SEOUL 2026 특별전 《HUMAL》 참여 작가 7인(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건, 곽지수, 성병희, 오형근, 황수연, 이환권, 이동욱) / 제공. Kiaf SEOUL 한편 키아프 역시 변화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과거 참가 갤러리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다시 참가 갤러리의 수준과 구성에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아트페어의 경쟁력은 결국 몇 개의 부스를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갤러리를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을 다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남아 있지만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경기 침체와 미술시장 조정 국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삼전닉스에 몰려간 투자 자금 이동은 미술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시스템의 경쟁력이 드러난다. 호황기에는 누구나 성장할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준비된 조직만 살아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 구조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 돌이켜 보면 2023년 갑작스럽게 키아프를 떠나면서 후임자들에게 충분한 인수인계를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국내에는 아트페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도, 운영 매뉴얼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아트페어가 생겨났다. 그래서 시작한 연재가 바로 『아트페어 길라잡이』였다. 업계에 작은 참고서 하나라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어느덧 그 연재도 3년째가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아트페어를 많이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제대로 만드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첫째는 갤러리와의 관계다. 좋은 아트페어는 좋은 갤러리가 만든다. 참가 신청을 받고 부스를 배정하는 수준의 관계로는 세계적인 갤러리를 붙잡을 수 없다. 해외 주요 아트페어들은 연중 내내 갤러리와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시장의 변화를 공유하며 신뢰를 쌓는다. 한국 역시 단발성 영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는 한국 미술에 대한 연구와 콘텐츠다. 해외 갤러리를 많이 유치하는 것만으로 국제 아트페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다이야기 프로그램 해외 컬렉터가 한국을 찾는 이유는 결국 한국 미술이어야 한다.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학술 연구와 데이터, 작가 발굴, 전시 기획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키아프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셋째는 갤러리의 육성이다. 국제 아트페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진 국내 갤러리가 많아져야 한다. 해외 유명 갤러리를 초청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갤러리들이 해외에서도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좋은 갤러리가 많아질수록 좋은 작가가 성장하고, 좋은 컬렉터가 모이며, 결국 아트페어의 수준도 함께 올라간다. 넷째는 아트페어 전문 인력의 양성이다. 국내에는 큐레이터를 교육하는 과정은 있지만 아트페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 아트페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마케팅, 국제 비즈니스, 물류, VIP 서비스, 데이터 분석, 도시 브랜딩이 모두 결합된 복합 산업이다. 이제는 경험에만 의존하는 시대를 넘어 전문 교육과 실무 매뉴얼이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미술에 충성도가 높은 컬렉터를 키워야 한다. 해외 컬렉터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자국의 컬렉터다. 일시적인 투자 수요가 아니라 한국 작가를 꾸준히 연구하고, 컬렉션을 이어가며, 다음 세대까지 시장을 지켜줄 컬렉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VIP 프로그램 역시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컬렉터 교육과 커뮤니티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도, 얼마나 빠르게 식을 수 있는지도 경험했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아트위크가 도시 전체의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확인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호황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좋은 아트페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갤러리와 좋은 작가, 좋은 컬렉터, 그리고 좋은 운영 시스템이 오랜 시간 축적될 때 비로소 세계가 주목하는 아트페어가 탄생한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고 후회하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다만 다음 호황이 왔을 때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늦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미술시장의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박준수 기획자 듣고 있다. 키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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